요즘 난 한동안 엄청 슬프고 우울했다.
그래서 겨우겨우 맘 추스르며 버티며 살고 있는데, 유일한 돌파 구였던 게 글쓰기였다.
이유는 둘째 오빠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다.. 한 달 반정도 되었나 보다.
갑자기 잠자다 뇌출혈로 인한 뇌사~
그래서 한 달 반전에 장기기증 4명에게 나눔 하고 떠났다.. 너무너무 슬프다..
아마 찾아보면 오빠에 대한 기사가 있을 거다.. 오빠 나이 겨우 만 48세인 50세이다. 나보다 2살 많다.
세상이 무너졌다.. 엄마아빠는 아들을 잃고, 언니는 남편을, 조카들은 아빠를, 큰오빠는 동생을, 난 오빠를~
누구보다도 건강했기에 이 믿어지지 않는 일에 아직도 꿈만 같다.
오빠의 위패에는
'뭐가 그리 급해서 마지막 인사도 없이 우리 곁을 서둘러 떠나셨나요. 당신 없는 세상은 너무 낯설기만 하네요. 문득 당신 생각에 마음에 묵직한 슬픔이 내려앉을 때면, 당신과 함께했던 시간들은 가만히 떠올려 봅니다.
우리가 함께 했던 그 모든 시간들... 함께 울고 웃던 수많은 추억들... 가슴속에 고이 간직하며 영원히 당신을 기억할게요. 밤하늘에 가장 빛나는 별, 한없이 자유로운 바람이 되어 영원히 우리 곁에 머물러 주세요..'
이렇게 쓰여있다.. 아직도 가슴이 먹먹하고 이걸 쓰면서도 나는 눈물이 빰을 지나 목젖까지 내려온다.. 뭐가 그리 급해서..
그래서 내 카톡프로필도 여태 '오빠! 그립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오빠 몫까지 견디고 버티며 살아낼게~'이다. (그래서 나의 티스토리도 버티기다.)
수영, 축구, 테니스, 사이클, 등산 못하는 게 없던 오빠가 어느 날 갑자기 그냥 하루아침에 떠났다는 걸 실감하면서 난 그 아픔 속에서 생각났던 소설이 바로 '양귀자의 모순'이었다. 그냥 생각났다. 주인공 이모가~
읽은 지는 정말이지 6-7년 정도 되었던 거 같은데, 오빠의 일로 모순에서 주인공의 엄마와 이모가 생각났고, 누구보다 행복하고 우아했던 이모와 지지리 궁상스럽게 살던 엄마였는데, 누가 보면 죽어도 주인공 엄마였을텐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모가 자살하는 게 생각났다.
근데 그게 오빠의 죽음과 겹친 이유는 누구보다 건강했던 오빠였기에, 또 오빠는 정말 그렇게 죽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만약 혼자 살아 골골한 큰오빠나 아니면 내가 더 일찍 죽을 거 같았기 때문에 이 모순이라는 책이 더욱더 다시 읽고 싶어졌다.
아마 읽지 않은 사람들이 별로 없을 정도로 베스트셀러다 못해 스테디셀러일 거다.
지금도 안 읽은 사람들은 꼭 읽어보길 바란다. 이런 공감되는 소설을 읽으므로서 서서히 독서광이 되는 거다.
난 아직도 그래서 지금도 모순이라는 책장을 넘기고 있다..
모순이라는 책의 줄거리는 이렇다.(아마 많이들 알고 있어서 짤막하게 하겠다.. 난 자꾸 길어진다.)
조용할 날이 없는 주인공인 25살 안진진.... 아버지는 폭력적이고, 사고 치고, 술주정뱅이이고, 그런 아버지 때문에 그 일들을 수습하니라 삶이 억척스러워진 어머니, 그리고 조폭 보스를 꿈꾸는 동생이 있다. 술만 먹으면 행패를 부리는 아버지는 어느 날 집을 나가서 몇 년째 돌아오지 않고 있고, 어머니는 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모든 고생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고, 동생은 사랑하는 여자에게 다른 남자가 생겨 살인미수 혐의로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집이 그야말로 엉망진창인 가족이다.
엄마에게는 한날한시에 태어난 쌍둥이 동생인 이모가 있는데, 이모는 엄마와 반대로 물질적으로도 부유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고, 늘 계획대로만 살아가는 재미없는 남편과 외국으로 유학 간 자식들을 키우고 있다.
엄마와 이모는 결혼을 기점으로 경제적인 차이뿐만 아니라 생활수준, 외모 그리고 자식들의 상태까지 모두 달라졌다.
그렇다.. 안진진의 주변환경을 보면 각종 모순을 느끼게 된다.
안진진에게는 2명의 남자가 있는데 모든 게 계획적이고 자신의 모든 치부와 밑바닥까지 보여줄 수 있는 왠지 이모부 같은 남자 나영규와 낭만적인 느낌의 야생화 사진가, 늘 희미한 선 같은 남자, 자신의 가장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김장우라는 남자 사이에서 저울질하며 주변 인생을 바라본다.
집을 나갔던 아버지는 치매와 중풍이라는 병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용서한 듯이 아버지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이모의 죽음~자살!!!!
그렇다.
삶의 모든 것이 완벽한 것 같은 이모는 오히려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진진의 어머니의 삶이 부러웠다며 진진에게 마지막 편지와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달라는 편지를 남기고 떠난다.
이모의 자살을 통해 진진은 자신이 사랑하고 있다고 느끼게 해 준 김장우를 뒤로 하고 나영규와 결혼하면서 마지막까지 모순적인 선택을 하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난 이 책에서도 이모의 죽음에 안진진이
"회색 하늘은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고, 서서히 세상 전체를 결빙시키려고 작정한 듯 시시각각 수은주가 내려가있던 어느 날이었다.. 정말 어떻게, 어떻게 그 일을 다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그 일을 말하기가 이토록 힘들다. 두 손은 떨리고, 눈앞이 흐리다."
꼭 내가 그랬다. 오빠의 죽음이 나한테 그랬다..
"누군가 내게 그렇게 말했다. 거기까지는 무심했다. 정녕 아무런 예감도 없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한가닥 불길한 스침조차 감지할 수 없었던 오후 세시의 나른한 시간을 뚫고 그 편지는 내게로 날아왔다. 마치 벼락처럼."
그렇다. 오빠의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인한 중환자실에 있다는 소식은 벼락같이 아무런 예감 없이 그렇게 나에게 날아왔다.
"내 생애 이런 편지를 받게 될 줄 어찌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모가 이런 편지를 내게 보내리라고 어떻게 짐작이나 했겠는가
하나님 이 편지가 이모의 장난이게 해 주세요! 제발 장난 편지로 만들어 주세요!"
정말 나도 똑같이 오빠친구한테 온 전화가 오빠가 중환자실에 있다고 한 전화가 장난전화이길 빌고 빌었다.
이모부가 이모에게
"무슨 짓이야! 여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정말 나도 오빠가 우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도대체~
아직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모부처럼 우리를 두고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따져 묻고 싶다..
"이모는 그렇게 떠나갔다. 이모가 이 세상과 하직하는 사흘 동안 하늘은 내내 음울했고 겨울 끝의 찬바람은 한없이 모질었다."
오빠도 그랬다.. 오빠도 그렇게 떠나갔으며 장기기증 후 그렇게 우리 곁을 뭐가 그리 급했는지 떠나갔다. 그 설 전날 그랬으니 한겨울의 찬바람에 오빠의 죽음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이모가 죽고도 세월은 흘렀다. 이모를 죽인 겨울이 지나고 봄은 무르익어 사방에 꽃향기가 난만했다. 겨울이 있어서 봄도 있을 수 있다. 나도 세월을 따라 살아갔다. 살아봐야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아직 나는 그 모순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받아들일 수는 있다. 삶과 죽음은 결국 한통속이다. 속지 말아야 한다."
나도 오빠를 잃고 이렇게 어느덧 봄을 맞이하고 있고, 아직도 오빠의 갑자스러운 뇌출혈로 인한 사망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받아들이고 견디고 버티며 살고 있다.. 또 그럭저럭 살아지고 있다.
어쩌다 문득문득 눈물이 날뿐이다.. 한동안 슬퍼서 출근 전철 안에서나 사무실에서도 오빠 생각에 먹먹함이 밀려와 일의 권태기가 찾아온 듯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그래도 꾸역꾸역 일이 내 코앞으로 다가올 땐 그럭저럭 받아들이며 하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모순이라는 책이 계속 생각이 났나 보다.
저저번주에 도서관에서 모순이라는 책을 빌리러 갔는데 누가 빌려갔다.. 아직도 그만큼 인기 있는 소설이고.. 나만큼 2-3번 읽는 사람도 많은가 보다.
1998년 출간된 소설 모순
지난해에만 5만 부 팔려..
책광고를 전혀 하지 않고, 작가 인터뷰 역시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고, 책이 출간된 건 무려 25년 전..
2021년도에는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린 소설, 조용한 기록의 주인공이 바로 양귀자의 이 모순이라는 책이다.
양귀자와 인터뷰를 위해 여러 번 연락했지만 그때마다 "너무 오래된 소설이라 따로 말할 게 없다. 양해해 달라"는게 대답이었다고 한다.. 참 멋지다.. 그만큼 공감하는 게 크다..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읽는 사람에 따라서 참 많이 공감할 거 같다.
난 이모의 죽음으로 인한 부분이 더 크게 부각된 거 보면..
그래도 세월은 흐르듯 우린 이 모순된 인생 속에서 저마다 살아내고 있다.. 용하다.. 박수를 보낸다..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인생을 탐구하길 바라고 또 바라본다.
항상 난 똑같다.. 이 책도 꼭 읽어 보길 바란다...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책이다. 여러분들도 아마 손에 꼽히는 소설이 될게 분명하다. 그만큼 모순을 다시 한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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