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우리 아들이 초등학교 오학년 때 주제가 주어지면 자기 생각을 적는 거였는데, 너무 재미있고 웃겨서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정말 그때 돌이켜 보면 울 아들은 작가가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할 정도였다.
어릴 땐 쫌만 잘해도 커서 과학자, 의사, 검사, 변호사, 경찰, 소방관, 군인 등 다 될 수 있다고 허풍을 떨어댄다..
지금은 말 안 듣는 고1이지만 종종 이 글을 읽으면서 울 아들이 이럴 때도 있었지 하면서 위로를 받고 그때 생각으로 아들한테 잘해주고 있다. 가장 웃긴 글 3개만 적겠다.
첫 번째 글
친구 때문에 창피했던 기억
나는 예전에 호겸이네 집에서 호겸이랑 어떤 여자애랑 놀고 있었다.
그때 호겸이랑 나랑 생각이 안 맞아서 싸움이 벌어졌다.
호겸이가 나를 발로 차는 순간 여자애가 보는 앞에서 바지가 벗겨졌다.
나도 모르게 얼굴이 복숭아처럼 빨개졌다.
나는 손이 안 보일 정도로 빨리 입었고 나는 쥐구멍에 숨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웠고 호겸이가 얄미웠다.
그때 내 인생이 망한 거 같았다.
이제부터 나는 여자가 보고 있을 때는 절대 호겸이랑 싸우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만약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부끄러워서 학교에 못 나갈 거 같다.
쓴 글에 선생님 멘트
이야, 은성아!
정말 은성이는 비유도, 은유도 참 잘하는구나!
관용표현도 적절하게 잘 사용하네요.
난 이 글을 보고 너무 기특하고 이렇게 잘 썼다니 책 안 읽는 우리 아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근데 딱 이때뿐이었다.
그래도 다시는 여자가 보고 있을 때는 싸우지 않겠다는 교훈도 얻었다.
아들~
여자 보는데서만이 아니라 그냥 다 싸우지 마세요.
두 번째 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급식메뉴
1. 뜯어먹는 맛, 종류가 여러 가진 치킨
2. 치즈가 듦~~ 북 들어있는 피자
3. 아주 가끔 나와서 더 맛있는 스파게티
4. 항상 맛있어서 더 달라고 하는 메콤 제육볶음밥
5. 한 번도 남기지 않은 비빔밥
6. 바삭바삭 탕수육 등이 있다.
내 생각에는 광사초에 나오는 음식은 뭐든지 맛있는 거 같다.
쓴 글에 선생님 멘트
은성아,
음식 앞에 표현을 전부 다 다르게,
그리고 아주 잘 어울리게
참 잘했네요!
글쓰기 실력이 점점 느는 것 같네요!
울 아들은 지금보다 이때 글솜씨가 훌륭한 거 같다.
지금은 뭘 쓰는 걸 못 본 데다가 글씨도 차마 눈뜨고 못 봐준다.
그래도 그때를 생각하며 이걸 보고라도 웃으려고 오래오래 간직하고 있으련다.
세 번째 글
내게 백만 원이 생긴다면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일단 엄마아빠한테 100만 원에 80프로를 주겠다.
왜냐하면 나 먹어 살리랴 나 공부 잘하라고 학원 보내고 학교 보내고 하면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 텐데.
그 정도도 못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20프로는 누나 줄 거다.
누나도 엄마가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누나가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위로해 줬고, 애들한테 놀림받아 울고 들어온 적이 있는데 그때도 누나가 가서 애들을 혼내주기도 해서 고마운 마음으로 누나한테 20프로 줄 거 같다.
여긴 선생님 멘트가 없음.
만약 백만 원이 생긴다면~
엄마아빠 주는 거야 당연하지만, 누나한테 20프로 준다는 이유가 넘~멋졌다.
그래그래..
이 세상에서 서로 의지할 사람은 가족이 그래도 최고이니 돈 많이 많이 생기면 누나도 꼭 챙겨주는 동생이 되길 바란다.
내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아직도 울 아들이 병원 와서 울먹울먹 하며 엄마 아프지 마~얼른 나아~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근대 지금은 내가 아파도 눈 하나 깜짝 안 한다.. 그때 아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그래도 울 아들의 이런 글을 보다가 오늘도 위로를 받는다..
송별회를 추억하며~
내가 그래도 여기 사무실에 터줏대감이라 서리 많은 사람들이 오고 떠나고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하도 자주 바뀌니 예전만큼 정을 주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 근무한 경력이 한 2-3년 정도
ssongsnu.tistory.com
송년회 및 회식을 추억하며~
직장을 한 15년 넘게 되니 거의 1년에 한 번이나 두 번 하는 송년회나 회식 공지하면서 그냥 장소만 떡하니 보내기 그래서 멘트도 넣고 한 게 이제 고정이 되어버렸다. 받는 우리 방 식구들도 좋
ssongsnu.tistory.com
'추억의한편속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주에서 김포공항 가는 버스타려면~ (0) | 2023.02.24 |
---|---|
e나라도움 체험 수기 공모전 추억하며~ (3) | 2023.02.16 |
송별회를 추억하며~ (1) | 2023.02.12 |
송년회 및 회식을 추억하며~ (0) | 2023.02.11 |
양주 김삿갓 문학대회 추억하며 (3) | 2023.02.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