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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하는 여행인 책에서 나를 돌아보며 적는다.

자전거도둑-박완서

by 쏭송카라멜 2023.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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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블로그

 

 

난 박완서의 작품을 좋아한다.
처음 접한 게 이 '자전거 도둑'이다.
지금은 대학교 4학년인 울 딸이 초등학교 5학년일 때에 학교에서 하는 '작가와의 대화'인가에서 너무 좋았는지 갑자기 책을 사달라고 해서 그때 사줬던 몇 권의 책중에 '자전거도둑'도 있었다.
그리고 박완서는 나이 40이 넘어서 작가로 등단해서 그런지 그 늦은 나이에 시작해도 늦지 않음을 알려 준 소설가이다.
나도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박완서 작가를 통해서 '그래 아직 늦지 않았어' 하고 생각해 본 적도 있다.
박완서 작가의 책을 보면 참 마음이 따뜻해진다.
어쩜 이렇게 '멋있는 말을 쓸 수 있지?' 이런다.

자전거 도둑에서도 시골 살면서 느꼈을 법한 '보리밭은 바람을 얼마나 우아하게 탈 줄 아는가, 큰 나무는 바람에 얼마나 안달 맞게 들까부는가, 큰 나무와 작은 나무가 함께 사는 숲은 바람에 얼마나 우렁차고 비통하게 포효하는가' 이걸 읽으면서 이렇게 바람 부는 날의 시골풍경을 멋지다 못해 황홀함을 느끼게 한 소설은 이 '자전거 도둑'이  처음이다.
그 몇 구절 안 되는 문장에서 이렇게 독자들을 홀리게 하는 박완서를 난  '그 남자의 집'에서도 느꼈고 '친절한 복희 씨'에서도 느꼈다.
지금은 돌아가신 지 꽤 되셨지만 여전히 독자들을 감동시키는 박완서 소설가를 난 너무 좋아한다.
자전거도둑의 짧은 단편소설부터 시작해 보길 바란다. 아마 박완서 소설가의 매력에 푹 빠지실 거다.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 수남이는 일자리를 찾아 공부를 중단하고 무작정 상경한 시골소년이다.
서울 세운상가 뒷길에서 전기용품 도매상의 점원으로 있는 열여섯 살의 소년이다.
손님들은 수남이를 볼도 붉고 눈도 맑아 꼬마라고 부른다.
그래도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어엿한 가게 점원이라도 된 것을 스스로 뿌듯해하며,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려 애쓴다.
수남이는 매우 부지런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많은 칭찬을 듣고 더욱 열심히 노력한다.
주인 할아버지가 공부도 시켜준다고 해서 밤늦게 공부도 열심히 한다.
그러나 수남이의 후원자임을 자처하면서 수님이 의 노동을 착취하는 가게 주인아저씨는 "내년 봄에 시험 봐서 들어가야 해. 야학이라도 일류로..." 그는 겉으로는 공부하고 싶은 수남이의 꿈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사탕발림 말로 수남이를 더 많은 노동을 하게 만드는 이중적인 성격을 지녔다. 가게 점원을 더 늘리지 않고 수남이는 3명이 할 일을 그렇게 사탕발림에 속으면서 하고 있는 게 불쌍했다.

 

 

바람이 세게 불던 어느 날 전선을 도매하는 집 아크릴 간판이 날아다니더니, 갑자기 곧장 땅으로 떨어지면서 때마침 지나가던 아가씨의 정수리를 들이받고 떨어졌다.
그래서 전선가게 아저씨는 그 아가씨에게 손해를 물어주고 나서 돌아오니 가게 주인들이 우르르 전선가게로 몰려가 아가씨의 안부보다도 그 아저씨의 손해가 얼마인지, 모두들 그것만 물어보았다.
수남이네 주인 할아버지도 가더니, 한참만에 돌아오면서 욕을 했다.
전선가게 아저씨의 손해가 대단했던 모양이다.

그날도 수남이는 주인아저씨의 심부름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주인아저씨는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면서 자기에게 손해가 날까 봐 전전긍긍한다.
밀린 물건 값을 겨우 받아서 나오던 길이었는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바람에 그만 수남이의 자전거가 넘어지고 그 바람에 어느 신사의 고급자동차를 긁고 만다.
신사는 그냥 넘어가지 않고, 수남이에게 오천 원을 내놓으라고 한다.
꼼짝없이 자동차값을 물어줘야 할 판이다.
마침 뒤에서는 수남이를 동정하는 사람들이 수남이에게 빌라고 잘못했다고 말하라고도 한다.
그래서 수남이는 잘못했다고 빌었는데도, 그 신사는 돈도 깎아주었는데 얼마큼 더 해야 하냐며 오히려 수남이가 악질깡패 녀석이라고 한다.
하지만 수남이는 가난하다. 돈이 없고 자신의 주머니 속에는 물건값이 들어 있지만, 주인아저씨의 얼굴이 떠올라서 차마 입에도 꺼낼 수 없다. 고급차의 주인인 신사가 자신을 불쌍히 여겨 용서해 주길 바랄 뿐이지만 신사는 오히려 수남이가 도망갈까 봐 자전거에 자물쇠를 채우기까지 한다.
그러자 구경꾼들이 그 자전거를 가지고 도망가라고, 뒷일은 자기네들이 알아서 처리한다는 등 수남이의 편이 되어서 이러쿵저러쿵한다.

 

 

그 시련 앞에서 수남이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방법은 ' 자전거 들고 튀기'이다 
수남이는 자전거를 가볍게 옆구리에 끼고 질풍같이 달리며 그 순간 '마치 오래 참았던 오줌을 시원스레 내깔기는 듯한 쾌감'을 느낀다.
주인아저씨에게 사실대로 말하자 오히려 돈을 빼앗기지 않고 도착한 수남이를 잘했다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자전거를 갖고 '튄'짓을 나무라기는커녕 손해 안 난 것만 좋아서 '오늘 운 텄다'라고 좋아하는 주인아저씨의 속내를 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착한 수남이는 자전거를 훔쳤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그 죄책감에 평소에 하던 공부도 오늘은 되지 않았고, 괜히 무섭고 떨렸다.
혹은 자기피에 도둑놈의 피가 흐르는 것을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고, 예전에 수남이의 형이 도둑질하다가 붙잡혀 간 기억도 떠올렸다. 그 후로 아버지는 수남이에게 무슨 짓을 하든지 그저 도둑질만은 하지 말라고 타일렀었다.
그런데 도둑질을 한 것이다.
그래서 수남이는 도덕적으로 자기를 견제해 줄 어른, 즉 아버지가 그리워졌고  수남이는 바람 부는 스산한 밤, 커다란 짐가방을 들고 고향으로 발길을 돌린다.
 

 

 우리 사회의 어느 한 단면을 보는 거 같다.
세상살이의 각박한 현실을~
저마다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거짓말이나 도둑질을 오히려 잘했다고 부추기는 사회에서 주인공의 순수함과 죄를 뉘우치며 다시금 시골의 순수함을 찾아가는 주인공을 응원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어른들은 사탕발림의 말로 현혹하여 그 소년의 순수함을 이용하여 오히려 이용해 먹는 그 이중성에 반성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주인공이 그걸 깨닫고 시골로 발길을 돌리는 게 너무 멋지다.
처음에는 속일 수 있지만 나중에는 다 아는 것 같다.
그런 주인할아버지의 말들이 진심인지 아닌지를~
자전거도둑을 읽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나도 한국영화 '박하사탕'에서 설경구가 '나 다시 돌아갈래' 하면서 끝나는 장면처럼 나도 지금 나 자신을 보면 현실적인 사람으로서 조금도 손해 안 보려는 나인데 그 예전에 순수했던 그때 '비가 오면 그냥 정처 없이 비를 맞고 좋다고 뛰어다녔던 나의 어린 시절 그때'로 돌아가보고 싶다.
생각으로나마 그런 때로 돌아가보고 싶은 사람들은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박완서의 소설을 읽으면 다 마음이 먹먹했던 거 같다.
시간 날 때 박완서의 소설을 읽으면 딱 좋을 거 같다.. 올해가 가기 전에~  

 

 

 

배반의 여름 박완서 단편소설

우리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였을 때의 실망감을 겪으면서 그러고 상처받고 그러고 우린 성장하는 거 같다. 내가 생각하고 했던 게 이 소설을 통해 어쩜 우린 생각하는 게 전부다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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