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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하는 여행인 책에서 나를 돌아보며 적는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

by 쏭송카라멜 2023.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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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다음블로그


이 책은 내가 태어난 해인 76년에 "문학과 지성" 겨울호에 수록되었으니, 내 나이만큼의 세월 동안 참 많이도 읽힌 소설이다.
첫 페이지부터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는 구절로 시작하는 것부터가 아! 이 소설은 우리 시대의 아픔을 얘기하는 거 같았다.
나도 시골에 살아봐서 가난이 무언지 알고, 난 기억에 없지만 내가 태어나고 1-2년 동안은 초가집에 살았고, 중학교 3학년까지 푸세식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았다. 한 번은 아침에 푸세식 화장실에서 일 보고 나오면서 한쪽 다리가 똥통에 빠져서 아무리 깨끗이 씻고 학교에 갔어도 그날 똥냄새가 나는 거 같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만큼 나도 가난했던 나의 어린 시절에 그런 경험도 있었기에 이 소설이 남일 같지 않고 공감할 수 있었던 거 같다.
아마 그 시대에 도시에 살던 가난한 사람들의 어둡고 불행하고 산업화로 소외된 도시 빈민층의 삶을 고스란히 표현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또 거기다가 결말엔 그 가난한 사람들이 힘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권력이 없어서 자살로 마감하는 슬픈 내용은 정말이지 참혹하다 못해 그 가난을 어쩌지 못하고 굴복하고 말았다는 것처럼 느껴져 한동안 우울했던 거 같다.

 

 

그렇다.
그러한 암울한 상황을 타개하려는 의지조차 없이 하루하루를 그저 연명하듯 살아가는 인간군상을 그려내며 암울한 현실을 강조하고 더불어 가진 자들의 위선과 탐욕을 신랄하게 비판하게 했으며 오늘날의 빈부격차와 노사갈등의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제기한 작품이다.
비록 등장인물은 주인공을 포함해 패배를 하지만 패배를 할지라도 극복하는 방법을 배웠다는 것이며, 패배의 아픔과 수치스러운 것을 기억하지 말고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생각하면서 사는 것이 좋다는 것을 느낀다.

조세희 작가는 2022년 12월 25일에 향년 80세로 별세했는데 2008년 소설 출간 30주년 간담회에서 " 내가 이 소설을 처음 썼을 때 30년 넘게 읽힐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지. 앞으로 또 얼마나 오래 읽힐지, 나로선 알 수 없어. 다만 확실한 건 세상이 지금 상태로 가면 깜깜하다는 거, 그래서 미래 아이들이 여전히 이 책을 읽으며 눈물지을지도 모른다는 거, 내 걱정을 그거야."라고 했으며 "내가 살기 싫은 모습의 세상이 그대로 이어지면 자식 세대의 미래도 아름다운 것이 없다는 마음을 갖고 썼다"라고 회고했다고 한다.

 


지금 현재 여기에 살고 있지만 우린 이런 시대를 맞이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과거의 아픔들을 거쳐서 현재까지 오고 미래로 나갈 거다. 그러기에 과거에 어땠는지 우리 시민들은 어떻게 살아냈는지 그러면서 지금 현재에 가진 자들이 권력을 이용해서 우리 서민들의 삶이 얼마나 팍팍해졌는지 그래서 오늘날의 현대판 우린 난쟁이가족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 아픔들을 공유하고 싶다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다소 야한 이야기도 있고 참 충격적인 내용도 있다.

 


줄거리를 이렇다
 
난장이 가족이 사는 낙원구 행복동에 이십일 안에 자진 철거하라는 철거 계고장이 날아들었다.
동생 영호는 집에서 떠날 수 없다고 버티었고, 울기 잘하는 영희는 훌쩍훌쩍 울기만 하고, 어머니는 무허가 건물 번호가 새겨진 알루미늄 표찰을 떼어 간직했다.
새 아파트에 들어갈 형편이 되지 않는 행복동 주민들은 하나, 둘씩 입주권을 팔기 시작했다.
입주권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아 갔다.
난쟁이네 집도 입주권을 팔고 전셋돈을 빼 주어야 했지만 난쟁이네 가족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돌을 이어 나르고 시멘트를 직접 발라 만든 집에 애착을 갖고 있었다.
이웃집 명희어머니는 명희가 죽고 남긴 통장에 든 돈을 난쟁이네 집에 전셋돈 빼주라고 빌려주었다.
명희는 나(난쟁이 집 큰아들 영수)를 좋아했다.
그녀가 바라던 건 내가 다른 아이들처럼 공장에 가지 않고 공부를 많이 해서 큰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명희는 다방 종업원에서 캐디로, 버스 안내양으로 전전하다가 통장에 십구만 원을 남기고 자살했다.

 


나와 동생영호는 아버지가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형편이 되자 인쇄 공장에 나가게 됐다.
아버지는 당신의 형편에 어울리지 않게 길 건너 고급 주택에서 가정교사를 하는 지섭과 얘기를 나누곤 했다.
지섭은 사랑이 없이 욕망만 떠도는 땅을 떠나 달나라로 가야 한다고 아버지에게 말하고 "일만 년 후의 세계"라는 책을 빌려주었다.
인쇄 공장 사장은 불황이라는 단어를 빌미로 삼아 우리에게 쉬지 않고 일할 것을 강요했다.
나와 동생영호는 사장에게 가서 힘든 노동 시간에 대해 사장과 협상하려다 일도 제대로 성사시키지 못하고 공장에서 쫓겨났다.
아버지는 나와 동생영호에게 큰 일을 한 것이라고 추켜 주었다.
입주권 가격이 자꾸 올라가자 난쟁이네 가족은 이십오만 원을 받고 검정 승용차를  타고 온 남자에게 입주권을 팔았다.
집은 헐리고 영희와 아버지가 사라졌다.
영희는 검정 승용차를 타고 온 남자를 따라갔다.
남자는 영희에게 대꾸하지 않고 말만 잘 듣는다면 많은 돈을 주겠다고 말했다.
영희는 남자를 따라가 좋은 음식을 먹고 남자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말을 들었다.
영희는 자신이랑 환경이 다른 남자의 집에 적응할 수가 없었다.
그곳에서 뭐 하냐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영희에게 들려왔다.
영희는 남자의 금고에서 자신의 집 대문에 달려 있던 알루미늄 표찰을 되찾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영희는 표찰을 내고 아파트 입주 신청서에 아버지의 이름과 주민등록 번호를 적어 넣었다.
신애 아주머니는 열이 나 아파하는 영희를 방에 데리고 가 간호해 주며 말했다.
아버지가 굴뚝 속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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