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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하는 여행인 책에서 나를 돌아보며 적는다.

운수 좋은 날-현진건 단편소설

by 쏭송카라멜 2023.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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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다음카페

 

 


나는 일이 너무 잘 풀리면 왠지 불안하다는 걸 이 소설을 통해서 알게 된 거 같다.
맨날 처음에 잘 나가다가 고꾸라지면 "왠지 잘 나간다 했어"... 이런다.
불길한 예감을 운수 좋은 날로 표현한 게 넘 맘이 아프다.
그렇게 아픈데도 애써 외면하는 마음은 오죽할까?
병이란 놈에게 약을 주어 보내면 재미를 붙여서 자꾸 온다는 자기의 신조에 충실하다는 말은 더 궁색한 변명처럼 들린다.
돈이 없어서~라고...
그래서 더 슬프고 그 시대의 삶들이 얼마나 처절했는지 보여주는 거 같아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감사하게 만든다.

 

 

그리고 '오라질년' 하며 마누라한테 하는 그 찰진 욕은 김첨지의 사랑표현인 거다.
욕을 하고 빰을 한대 후려갈긴 후 김첨지의 눈시울도 뜨끈뜨끈 해졌다에서 알 수 있듯이 맘이 무척이나 아팠음을 그걸 표현하지 않으려고 오히려 더 '오라질년'을 찾았는지도 모른다.
"오늘 나가지 말아요"라는 아내 말을 뒤로하고 너무 일이 잘되어도 그 안 좋은 예감을 애써 "불행이 닥치기 전 시간을 얼마쯤이라도 늘리려고 버르적거렸다"로 표현하고 "기적에 가까운 벌이를 하였다는 기쁨을 오래 지니고 싶었다"라고 하며 아내의 죽음을 알고 있어도 모른척하는 게 더욱더 읽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애써 감추려는 듯한 그 마음을~

"불행을 향하여 달려가는 제 다리를 제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으니 누구든지 나를 좀 잡아다오"라고 말하는 김첨지는 그래서 주막집의 치삼이란 친구한테 "자기 아내가 죽었다"라고 취기를 빌려 농담처럼 진담을 얘기한다.
김첨지는 벌써 알고 있는 그 아내의 죽음을~
아내의 죽음이라는 가장 비극적인 날의 일상을 '운수 좋은 날'이라고 칭함으로써 그 비극성을 더하는 아이러니와 반전이 있는 소설이다. 꼭 읽어보길 바란다.
 

 

 줄거리를 이렇다.
 
새침하게 흐린 폼이 눈이 올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이런 날이야말로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김첨지에게는 오랜 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첫 번에는 삼십전, 둘째 번에 오십 전, 근 열흘 동안 돈 구경도 못한 김첨지에게는 이 팔십 전이 얼마나 유용한지 모른다.
컬컬한 목에 모주 한잔도 적실수 있거니와 그보다도 앓은 아내에게 설렁탕 한 그릇도 사다 줄 수 있다.
그의 아내가 기침으로 쿨룩거리는 것은 벌써 달포(한 달 이상이 되는)가 지났다.
밥 굶기를 먹다시피 하는 형편이니, 물론 약 한 첩 써 본일이 없다.
구태여 쓰려면 못 쓸바도 아니로되, 그는 병이란 놈에게 약을 주어 보내면 재미를 붙여서 자꾸 온다는 자기의 신조에 어디까지 충실하였다.
의사에게 보인적이 없어서 무슨 병인지는 모르지만, 반듯이 누워 가지고 일어나기는커녕 세로, 모로도 못 눕는 걸 보면, 중증은 중증인 듯하다.

 


병이 이대로 심해지기는 열흘 전에 조밥을 먹고 체했기 때문이다. 
그때도 김첨지가 오래간만에 돈을 얻어서 좁쌀 한 되와 십전짜리 나무 한단을 사다 주었더니 그 오라질년이 천방지축으로 냄비에 대고 끓이었다.
마음이 급하고 불길은 달지 않아 채 익지도 않은 것을 그 오라질년이 숟가락은 고만두고 손으로 움켜서 두 뺨에 주먹덩이 같은 혹이 불거지도록 누가 빼앗을 듯이 처박길하더니만, 그날 저녁부터 가슴이 땡긴다. 배가 켕긴다고 눈을 홉뜨고 지랄병을 하였다.
김첨지는 그런 아내의 빰을 후려갈겼다. 그런 김첨지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런 아내가 사흘 전부터 설렁탕 국물이 마시고 싶다고 남편을 졸랐다.
"이 오라질 년! 조밥도 못 먹는 년이 설렁탕은 또 처먹고 지랄병을 하게."라고 야단을 쳐 보았건만 못 사주는 마음이 시원치는 않았다.
그런 그에게 이 돈이면 설렁탕을 사 줄 수 있고 개똥이에게 죽을 사 줄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행운은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한 학생을 남대문 정거장까지 데려다주고 일원 오십 전을 받고 그러다가 돌아오는 길에 선술집에서 나오는 친구 치삼과 어울려 술을 마시면서 운수가 좋은 날이라 하면서도, 취한 그는 조금 전에 자기를 모멸하던 어떤 여인에게서 받은 불쾌감, 돈에 대한 억울한 복수심 및 병든 아내가 꼭 죽어 버렸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으로 해서 한바탕 푸념을 놓는다.
궂은비는 의연히 추적추적 내린다. 김첨지는 취중에도 설렁탕을 사 가지고 집에 다다랐다.
집에서는 쿨룩거리는 기침 소리도 들을 수 없다.
그르렁거리는 숨소리조차 들을 수 없다.
다만 어린애의 젖 빠는 소리가 날 뿐이다.
불안한 마음에 방문을 왈칵 열었다. 구역을 나게 하는 추기, 빨지 않은 기저귀에서 나는 똥내와 오줌 내, 갖가지 냄새가 김첨지 코를 찔렸다.
"이런 오라질년, 주야장천 누워만 있으면 제일이야? 남편이 와도 일어나지를 못해!"
라는 소리와 함께, 발길로 누운 이의 다리를 몹시 찼다.
그러나 그건 사람의 살이 아니고 나무등걸과 같은 느낌이었다.
김첨지는 아내의 머리를 흔들며 아내에게 계속 호통을 한다.
그의 말끝엔 목이 메었다. 
김첨지는 미친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데 부비대며 중얼거렸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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