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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하는 여행인 책에서 나를 돌아보며 적는다.

친밀한이방인(2탄)

by 쏭송카라멜 2023.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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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1탄에 이어서 본격적인 이유미의 삶을 조명하겠다.

 

 

 

이유미가 이상우랑 파탄 난 후에 아버지마저 마리화나 중독으로 숨을 거두시고 엄마도 전에 양복점 여주인이었던 요양원에 맡기고 빈털터리처럼 홀로 서울로 돌아온 이유미는 자신의 딸인 강미리를 사장으로 앉혀 놓은 평창동 토박이 강화백이 하는 ART미술관에서 근무하면서 휴가도 없이 단 하루도 못 쉬게 하는 회사를 나와버리고 '피아노 전공자 모집'인 구인광고에 강미리의 과한 가짜 이력을 베끼며 그 자리에서 채용되어 피아노 선생이 되어 버렸다.
이때부터 그녀의 삶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으며, 다음 해에 그녀는 같은 층의 은행에 다니는 남자, 조민호와 결혼과 이혼을 다 치르는데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다.

 

 

 

가짜 이력으로 시작했으니 가짜같이 결혼과 이혼도 서류도 남기지 않게 거짓말 같이 사라져 버리는 거 같다.

가짜 경력은 위기의 순간이 반드시 찾아오는데 이유미보다 일 년 늦게 피아노학원에 들어온 동료가 그녀의 출신 학교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며 자신의 지인이 그 학교 졸업생이라면서, 그를 직접 학원에 데려오겠다고도 하며 극성을 떨자 이유미는 식사도 못할 정도로 힘들어지며 그 와중에 결혼한 조민호의 강도 높아진 폭력으로 인해 피아노 학원을 그만두고 요양원에 있는 어머니에게로 갔다.
다시 서울로 올라온 이유미는 돈을 주고 산 학위증명서로 평생교육원의 서류 전형에 합격하며 이 년간 일하면서 종종 남자들과 데이트를 하며, 진지한 관계를 맺지 않으려 조심했지만 그중 성형외과 의사 임재필은 가장 죽이 잘 맞았다.
임재필은 이유미가 전남편과의 헤프닝으로 끝난 결혼생활에 솔직하게 과거를 드러내 보이는 거에 신선한 감동을 받았고, 그는 이 년제 예술전문대학 전공강의를 맡아보겠냐고 제안하자, 그녀는 다시 종로의 위조업자를 찾아가 콩쿠르 입상 기록을 만들며 형식적인 면접을 마친 후 강의평가에서 매 학기 최고 점수를 받는 예대교수로 점차 명성을 얻어갔다.
또 임재필의 청혼으로 인해 역할 대행업체에서 아버지, 어머니, 하객을 고용하며 결혼식을 올렸으나 같은 아파트에 사는 강미리를 만나고 본인을 사칭하는 이유미에게 돈을 요구한 강미리에게 기한까지 돈을 마련하지 못하자, 학교로 이유미에 대한 학력위조와 허위경력에 대한 제보로 인해 대학에서 자리를 잃고, 결혼생활에서도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주인공이 이유미의 두번째 남편 임재필을 만났을 때

 

" 그 여자가 강의를 다니던 대학에는 나와 각별한 관계인 지인들이 몇 있었어요.

아내가 가짜 경력 때문에 학교에서 파면당할 위기라는 사실을, 그 사람들을 통해 처음 들었죠. 알아보니 출신 대학은 물론 처가에 대한 이야기까지 전부 거짓말이었어요.

나는 정말 큰 충격을 받았어요. 외계의 운석이 내 집 거실에 떨어졌다고 해도 그만큼 놀라지는 않았을 겁니다. 나는 정말 그 여자를 잘 안다고 생각했거든요"

우린 친구나 남편, 아내를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거야" 하며 종종 말을 하지만 이 책을 보면은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은 그 사람의 허상이 아니었나 생각되게 만든다.. 이 책을 보면 나도 어쩌면 남편한테 속고 사는 건 없는지 서로가 서로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는 거 같아서 좀 아쉽게 되는 거 같긴 하다.

 

 

 

그렇게 큰 상처를 받은 이유미는 고민 끝에 이안나라고 개명을 하며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땄으나 이력서를 내는 병원마다 번번이 낙방했다.
그러던 중 요양원 이모에게 D실버타운에서 일할 스태프를 구하고 있으며, 의사 자격증만 있으면 신선놀음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금 위조 전문가를 찾아갔다.
거기서 이유미는 가정의학과 졸업증명서와 노인건강학회 회원 인증서를 구매하여 가짜 의사 놀음을 시작했으며, 실버타운 윤노인이라는 재력가를 만나 결혼을 하고 따로 섬에서 행복하게 살았지만 윤노인이 아이를 낳기를 원하는 바람에 일이 틀어지고 이유미는 그때 어머니를 잃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말없이 집을 나갔다.

"맥도널드에서 기다리겠다며 윤노인은 밤늦게 집
에서 나와 페리를 탔고, 그 남자는 자신에게 삶의 생기를 불어넣은 여자를 만나러 가다가 도로 위에서 반쯤 으깨졌다.
추문이 무성했던 말년의 연애 사건에 대해서는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었고, 아는 사람들조차 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함부로 입을 열지 않았다.
그가 한밤중의 무단횡단 중 차에 치인 것이라는 사실조차 가족들은 쉬쉬했다."


거짓말로 이야기했던 여자, 자신의 딸보다 어린 여자, 삶의 유일한 정의로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면 그것은 아이러니일 것이다.

 

 

 

그 후로 이유미는 어머니가 죽고, 얼마간의 유산을 받은 걸로다 독일산 스포츠카를 사고, 온종일 자동차를 운전하며 편의점 라면과 달걀로 끼니를 때우다가 결국엔 자금이 바닥나버려 사람들이 남긴 음식 등을 먹으면서 노숙인처럼 생활했으며, 술 취한 걸인이 그녀를 만지려고 했던 불쾌한 일은 격은 후, 머리를 자르고 남자 행세를 하며 과거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지워버리고 싶었고,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고 싶어 했다. 죄책감이나 후회 따위가 아닌 오랫동안 그녀가 품고 온 삶에 대한 증오, 그것이 전부였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추워진 이유미는 공중화장실에 전전하며 누군가 휴지통 위에 올려둔 책 꾸러미 중에 마지막으로 [난파선]을 보며 한 줄 한줄 씹어먹듯 읽어나가게 되고 , 소설 속 다이버의 고독과 두려움을 이해하며, 책 한 권을 노트에 베껴 쓰기 시작했고, 쓴 글을 소리 내어 읽어보기도 했다.
거의 실신 직전에 교회로 안 기도원에서 진이라는 음식을 퍼주는 여자를 만나면서 이유미는 자신을 이유상이라는 남자고, 서른네 살, 작업은 소설가, 부모님은 러시아 선교사였지만 얼마 전 돌아가셨다고 거짓말하면서 진이 자신의 집에서 머물겠느냐고 물어보며 나이 든 여자인 한권사와 어린 소년이 진의 집에서 나온 그 집에서 다시 남자로서의 삶이 시작되었다.

정말 인생이 가지가지한다라고 꼭 이렇게까지 망가져야 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지 이제 이유미라는 여자가 난 불쌍해지기 까지 했다.. 남자행세를 하면서까지 저렇게 살고 싶을까 욕이 나오려고 했다.

진이라는 엄마인 한권사는 이렇게 집에 데리고 온 엠이라 불린 이유상을 싫어했고, 엠이 유산을 목적으로 진을 이용하려고 한다고 결혼을 허락할 수 없다고 하니 엠은 그날 짐을 싸서 그 집을 나가고 그다음 날 새벽, 진이 집을 떠났다.
엠을 따라 집을 나온 진은 그와 함께 보름이 넘도록 연락을 끊고 잠적하고 지방의 해안가 빈집에 직장 동료인 미리엄이라는 여자의 조부모가 살던 집에서 무척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집을 나온 지 보름 만에 한권사에게 연락이 와 결혼 승낙을 받고 조촐한 결혼식을 올린 후 아버지가 남긴 유산을 상속받자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남편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돈을 전부 맡긴다.
그리고 진이 러시아로 떠나자고 말하지만 엠은 진에게서 받은 돈을 지하철의 유료 보관함에 넣어두고, 서재에 원고를 놓고 사라졌다.

 

 

 

근대 난 끝까지 읽고 이 소설의 반전에 더 놀랐다.
주인공이 이유상과 진이 P시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찾아간 그곳에서 진이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은 바로바로 이유상이 아닌 동료 미리엄이었던 것이다.
그렇다. 진은 동성연애자였던 거다.
진도 이유상이 여자인걸 알면서 접근했던 거구.. 미리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그렇게 진의 엄마인 한권사를 속였던 거다.
미리엄이랑 살기 위해서 이유상을 이용했던 것이 바로 진이었던 것이다.
이유상은 마지막에 본인도 자기가 했던 방법으로 똑같이 이용당하는 것이었던 것이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 내가 느끼는 고통에 가까운 상실감이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그들이 그곳에 함께 있기를 바랐다.
이유미가 진에게 돌아와, 마침내 삶의 빛나는 대목에 이르렀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만약 그들에게 구원과 회복이 가능하다면, 나 역시 그러할 것이므로 "



주인공은 진과 이유상이 함께 있으면 어쩌면 남편과의 회복도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그만큼 사랑하기에 모든 것을 덮어줄 수 있는 믿음의 회복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우린 보기 좋게 친밀한 이방인에 속은 거다.
주인공조차도 진에게 속고, 새삼 이 책을 보면서 도대체 누굴 믿어야 할까??? 의구심이 든다.


근데 주인공이 남편에게
"당신을 속인 거. 내 자리를 자리를 지키지 못한 거. 우리 모두가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서."
라고 말할 때, 남편이
"누구 한 사람이 잘못한 일도, 사과할 일도 아니야."
할 때 주인공은
"두려웠거든. 그래서 당신을 속이고, 거짓말을 했던 거야"


그렇다.
우린 거짓말하는 이유는 두려워서..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서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곧 새벽이 지나가리라는 것을 알고 있듯이...
각자의 자리로 우린 돌아가야 함을 알게 될 거다..
그래서 주인공은 그 여자에 대해 책을 쓰면서 끝난다..

긴 여운을 남기는 책이었다.. 한동안 나도 멍해지게 만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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