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이대를 읽으면 역사 속에서 고통받는 두 인물이 나온다.
바로 만도인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에 팔을 잃었고, 아들인 진수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다리를 잃었다.
그런 두 사람이 서로를 의지하며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모습에서 눈물이 나서 혼났다. 또 그런 모습에서 삶의 희망과 의지를 보여주는 거 같아서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도나 진수처럼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일로 고통을 겪는다면 삶을 비관할 것이다.
하지만 수난이대의 만도와 진수는 가족에 대한 사랑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며 시대가 개인에게 준 고통에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 또한 참 아름다워 보이게 만든 소설이다.
사회는 수많은 개인들이 모여서 만든다. 그 사회가 모여서 하나의 시대가 되고 시대가 곧 역사가 된다.
그런데 사회와 역사는 자신들을 만들어 준 개인에게 너무나도 냉정하다.
이것을 여지없이 보여준 소설이 바로 수난이대이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들은 결코 그들의 잘못 때문에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이 아닌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역사가 그들을 희생자로 그리고 부상병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사회는 그들에게 어떠한 보상도 해주지 않고, 단지 스스로를 원망하고 걱정하는 개인들만 남게 만든다.
난 이 소설을 읽으면서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아무 잘못 없는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 것들도 그랬고, 그들이 입은 상처가 너무 크다는 것도 슬펐고, 힘없는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임을 느끼게 만든다.
이제는 사회가 그들의 상처를 감싸 줄 필요가 있고,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현재 우리의 삶이 있고 나라가 있을 수 있기에 이제라도 그들의 상처를 돌보고 마음 아파하며 그들의 고통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의 희생이 오래되었다는 핑계로 잊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보며 약간의 관심과 진실한 마음이 담긴 위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을 기억하려고 애쓰는 노력들이 역사에 희생당한 개인들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아물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 아픔을 느끼게 해주는 수난이대를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줄거리는 이렇다.
박만도는 삼대독자인 진수가 살아서 돌아온다는 통지를 받고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역에 마중을 나간다.
만도는 아들이 병원에서 나온다는 말에 걱정은 되었지만 자신처럼 되지는 않았으리라 확신한다.
그러면서 한쪽 팔이 없는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본다.
진수에게 주려고 장에서 고등어 한 마리를 사들고 온 만도는 역 대합실에서 지난 과거를 회상한다.
박만도는 일제강점기 때 징용에 끌려갔다가 한쪽 팔을 잃게 되었다.
강제 징용되었을 때, 다이너마이트 장치를 설치하였는데,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한 토굴 안에 공습으로 인해 다시 들어가게 되어 이미 불을 붙인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해 목숨은 건졌지만, 한쪽 팔을 잃고 돌아오게 됩니다.
만도는 기차에서 내린 아들이 한쪽 다리가 없이 지팡이를 끼고 있는 것을 보고 크게 실망한다.
아버지와 아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집으로 향한다.
진수는 자신이 뒤처지기 시작하자 눈물을 참느라 애를 쓴다.
뒤도 안 돌아보고 걷던 만도는 주막에 들러 술을 마시고 진수에게는 국수를 시켜준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술기운이 돈 만도는 자초지종을 묻는다.
"니 우야다가 그래 됐니?" 만도의 말에 전쟁통에 수류탄쪼가리에 맞아 다리가 썩어 들어가 군의관이 병원에서 잘라 버렸다고 말하는 진수의 말에 박만도는 절망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지만, 아들을 위해 힘을 냅니다. 다리를 잃고 난 후의 삶이 막막하다고 이야기하는 아들을 위로해주기도 합니다.
박만도와 아들 진수가 집으로 오는 도중 박만도가 오면서 지나쳤던 외나무다리가 나옵니다.
만도는 머뭇거리는 진수에게 등에 업히라고 하며, 진수는 지팡이와 고등어를 각각 한 손에 들고 아버지의 등에 업힌다.
서로를 의지하며 다리를 건너는 부자를 우뚝 솟아오른 용머리재가 가만히 내려다본다.
하근찬작가에 대하여
우리가 겪은 전쟁을 증언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문학적 사명이라고 여긴 대표적인 작가가 바로 하근찬이다.
1931년에 태어난 하근찬은 "전쟁의 그늘 속에서 태어나 전쟁과 함께 자랐고, 또 꿈 많던 시절을 전쟁 때문에 괴로움으로 지새운 것만 같이 회상"된다면서, 자신의 작품을 한마디로 규정하자면 "전쟁피해담"이라고 말하였다.
「수난이대」, 「나룻배 이야기」, 「흰 종이 수염」을 하근찬의 초기 3부작으로 꼽는데, 이 작품 모두 농촌마을에서 평화롭게 살던 사람들이 전쟁으로 인해 끔찍한 장애를 입고 돌아오는 이야기이다.
그 외에 창작집 「일본도」, 「서울개구리」 등을 냈고, 장편 「야호」, 「제복의 상처」, 「여제자」, 「은장도 이야기」 등을 출간했다. 그나마 우리한테 영화로 잘 알려진 「내 마음의 풍금」 도 하근찬 작가가 출간했다고 한다.
조연현문학상, 요산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경북 영천 출생인 하근찬은 전주사범과 동아대에서 수학을 전공한 후 교사와 잡지사 기자등으로 일하기도 했다.
고향인 영천을 주요 배경으로 삼을 만큼 영천에 대한 각별한 감정을 가졌던 거 같다.
영천에서 열살무렵 교사였던 아버지의 전근으로 고향을 떠난 이후 교원임용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전북지역에 살다가, 1948년 영천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게 되면서 귀향 후 1956년 영천초등학교 동료교사와 결혼하였다.
하근찬 작가의 창작 한복판에는 경북 영천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한 번쯤은 기억해야 할 듯하다.
인정과 향토성이 짙은 농촌을 배경으로 농민들이 겪는 민족적 수난을 묘사한 작가로 잘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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