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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하는 여행인 책에서 나를 돌아보며 적는다.

B사감과 러브레터_현진건 단편소설

by 쏭송카라멜 2023.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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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블로그


아이러니(irony)
하다는 뜻을 난 이 짧은 단편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아이러니는 '겉으로 보이는 외관과 실제의 의미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 혹은 '어떤 결과를 의도하고 한 행위가 전연 뜻밖의 결과를 낳은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B사감은 외적인 것과 내면적인 사이의 불일치를 보여줌으로써 아이러니 효과를 나타냈다.
또 내가 저번에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도 썼는데 그것 또한 겉보기로는 운수가 좋은 듯한 날에 실제로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러고 보면 현진건의 소설을 읽다 보면 참 알다가도 모르는 게 세상일이란 거를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게 만드는 신비한 능력이 있는 소설가인 거 같다.
또한 B사감의 인물형 묘사를 어쩜 '여러 겹 주름이 잡혀 벗겨진 이마', '염소똥만 하게 붙은 머리꼬리', '앙다문 뾰족한 입' 그리고 '곰팡이 슬은 굴비' 같다는 표현들이 엄격하다 못해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거 같은 그런 노처녀의 모습을 잘 표현해서 웃음이 나왔다. 특히 이성 관계를 저지하는 데 있어 엄격성이 극에 달했다고 하는데 저런 표현에서는 그럴만하다고 느꼈다.ㅎ

 


그러나 이건 B사감이 낮에 보여주는 모습일 뿐이다.
밤이 되면 학생들에게 온 러브레터를 소리 내어 읽으며 공상 연애에 도취되는 전혀 다른 인물로 탈바꿈되며 낮 동안 억업되었던 욕망을 밤이 되면 자유롭게 풀어놓는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며 40년이 다 되도록 결혼하지 않은 독신녀라는 허울아래... 그것들을 숨기고 관능적 열정과 충동을 밤에,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만 풀어놓고 낮이라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허위와 위선이 가득 찬 모습을 모여준다. 참 아이러니하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현진건 작가는 마지막을 경쾌하게 끝내서 좋았다.
B사감의 밤에 벌이는 기이한 행동을 목격한 세 여학생의 반응은 첫 번째 학생은 "에그머니 저게 웬일이야!"라고 단순 경악을 한 반면, 두 번째 학생은 "아마 미쳤나 보아. 밤중에 혼자 일어나서 왜 저러고 있을꼬"라고 '미친 탓'으로 돌리려고 하며, 세 번째 학생은 " 에그 불쌍해!"라고 연민을 보이고 있다.
B사감은 밤의 모습과 낮에 보이는 모습과 마찬가지로 과장된 것으로 제시되고 있는데, 이 둘 사이의 모습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여주면서도, 그 비판을 분노가 아닌 웃음으로 마무리하는 멋진 작품인 거 같다.
'낮'과'밤'이라는 시간적 배경이 이 소설의 상상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듯인 '낮'은 공식적인 명분대로 살아가는 가식적인 삶을, '밤'은 가식적인 삶 속에 억압되어 있던 무의식적인 욕망이 활동하는 시간을 의미하는 참 아이러니한 소설이다.
요즘 보면 아주 점잖고 잘 나가고 무슨 검사나 의사가 변태짓하다가 적발되어서 쇠고랑차는 것을 보면 그것 또한 이런 실상은 다른 삶들을 살고 있지 않을까 싶다. 아주 짧은 소설이니 읽어보시기 바란다.
 


줄거리는 이렇다
 
여학교 기숙사 사감인 B여사는 40년 가까운 독신녀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요, 외모에도 강파른 성격이 내비치는 그는 여학생들에게도 엄격한 규범을 강요하며, 특히 남성과의 접촉은 절대로 피할 것을 강조한다. 어느 학생 앞으로 러브레터라도 날아온 날이면, 그는 B사감의 문초를 받을 것을 각오해야 한다.
이처럼 엄격한 규율로 지배되고 있는 기숙사에, 어느 날 밤 난데없이 여자의 교성과 남자의 구애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바로 B사감이 학생들에게 온 러브레터를 혼자 읽으며 연출하고 있는 소리였다.
 


 
이제 작가에 대하여 알아보자

현진건(1900~1943)은 근대문학 초기 단편소설의 양식을 개척하고 사실주의 문학의 기틀을 마련한 소설가이다. 그의 작품은 자전적 소설과 민족 현실 및 하층민에 대한 소설, 역사소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는 친일문학에 가담하지 않은 채 빈곤한 생활을 하다가 1943년 장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게 종로구 부암동에 있는 '현진건 집터' 표지석에 쓰인 글이다.
멋지다.
현진건은 대구 우체국장이었던 아버지 현경운과 어머니 이정효사이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조선조 대대로 역관을 많이 배출한 집안으로, 사회변동기에 새로운 엘리트 계층이 된 인물이 많았다.
현진건의 작은아버지 현영운은 대한제국 군영부총장이라는 높은 벼슬을 지냈고, 나중에 그의 양아버지가 된 오촌당숙 현보운은 육군영관이었다.
그리고 세 형들도 당대 엘리트로 첫째 형  현홍건은 러시아 사관학교 출신으로 러시아 대사관 통역관을 지내고 둘째 형인 현석건은 일본의 명치대 출신으로 변호사를 개업, 동생 현정건이 투옥되었을 때 변호를 맡기도 하였으며 셋째 형인 현정건은 상해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했다. 이런 집안의 분위기는 그에게 친일문학에 가담하지 않고 꿋꿋하게 그 길을 가게 만든 거 같다.

 


일장기 말살 사건이나 손기정이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 우승했을 때 동아일보에 일하면서 손기정 선수의 가슴에 붙어 있던 일본 국기를 없애고 신문에 실어서 6개월간 감옥에 투옥되기도 하였고 일제의 탄압이 심해져 마음껏 소설을 쓸 수 없게 되자, 역사적으로 먼 과거에서 작품의 소재를 빌려 와서 쓴 것이 '무영탑'이다.
그 후로 '흑치상지'라는 소설을 연재했는데 내용 때문에 강제로 중단된다.
백제장군 흑치상지가 자신의 나라 백제가 망하자 의병을 일으켜 국가를 회복하려고 의병 3만 명을 결합하여 당나라 장군 소정방에게 항거하여 백제 이백여 성을 회복했던 사실을 소재로 한 소설이지만 중단시킨다.
마지막을 장편 '선화공주'를 춘주지에 연재하다 미완성으로 끝내고, 장결핵으로 삶을 마친다.
그의 주옥같은 작품으로는 첫 작품 개벽지에 '희생화', '빈처', 빈처의 후속작품이라 할 수 있는 '술 권하는 사회' '타락자' '할머니의 죽음' ' 운수 좋은 날''불, 'B사감과 러브레타', '시립정신병원장', '조선의 얼골', '서투른도적'을 발간했다.
얼른 다 읽어 보고 싶다.

 

운수 좋은 날-현진건 단편소설

나는 일이 너무 잘 풀리면 왠지 불안하다는 걸 이 소설을 통해서 알게 된 거 같다. 맨날 처음에 잘 나가다가 고꾸라지면 "왠지 잘 나간다 했어"... 이런다. 불길한 예감을 운수 좋은 날로 표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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